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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또 빗나간 기상청 일기예보
[덕암칼럼] 또 빗나간 기상청 일기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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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하늘이 하는 일을 인간이 어찌 알까. 나름대로 애를 써도 잘한 것은 당연하고 못한 것은 티가 나는 기상청의 업무를 국민들이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매년 4,500억 원 이상의 예산에도 불구하고 2022년 오보 비율은 강수 예보 중 2번의 1번 꼴이었다. 오보 비율은 갈수록 늘어났다.

2019년 42%, 2020년 45%로 올랐고 상주하는 직원도 본청, 소속기관청, 한시 정원까지 1,120명이나 된다. 요즘처럼 예보가 빗나갔을 경우 이들의 자존심이나 허탈감은 아마 적잖을 것이다.

오보 내보내고 싶어 내보낼 리는 없을 것이고 어찌 되었든 예보가 두려울 만큼 변화무쌍한 하늘이 무심할 것이다. 하지만 예보에 기대하는 국민들의 일정은 냉정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별일 없다고 믿었다가 물폭탄과 한파를 맞이하면 가장 당황하는 것이 기상청의 내부다. 정부예산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일기예보를 하는 것이기에 신뢰성이 생명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번번이 빗나간 예보를 했다면 당장에 피해를 보는 수재민도 분통이 터지겠지만 오보를 발표한 기상청 입장에서는 난처함이 클 것이다.

실수도 자꾸 되풀이하면 실패로 여겨질 수 있다. 필자가 2021년 대선후보로 내걸었던 공약 20가지 중 14번째에는 축소해야 할 부서로 기상청과 전매청을 손꼽았다. 대신 민간 시장을 개방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정보와 결과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인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 9월 20일부터 내린 폭우로 경남지역이 집중 피해를 보았다. 창원 530mm를 비롯해 김해, 고성 등 지역별로 400mm 이상씩 집중호우가 이어지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가야 고분 군위에 조선시대 토성을 쌓았던 곳이 무너지고 도로를 오가던 통행 차량들의 발목이 묶였다.

앞서 기상청은 200mm가량의 비가 오겠다고 예보한 바 있는데 제대로 빗나간 오보가 됐다. 차라리 예보하지나 말지. 오보는 폭우를 대비하는 수재민 입장에서는 원망과 분노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금까지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가도 누구 하나 제대로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문제를 제기해도 온갖 과학적 근거를 대며 변명 같은 설명을 이어갔지 오보에 대한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오보에 대해서도 14호 태풍 플라산이 약화된 열대저압부가 제주와 남해안 사이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 경로보다 더 북쪽으로 이동해 남해안에 상륙하면서 많은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기상청에 대한 지적은 예전부터 있었다. 일각에서는 기상청의 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위기 가능성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성을 요구한 바 있다.

제도와 관련법은 시대적 환경과 필요성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다. 국회에서는 지금처럼 오보 비율이 많은 기상청의 현주소를 대처하기 위해 민간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데 국내 민간 일기예보 업체는 1곳 뿐이다.

국내 국·공립 기관 및 언론사, 대형 건설사, 관광 등 약 4,000곳에 기상정보를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현행법도 개정되어야 할 대목이 있다. 기상법 제17조를 보면 기상청장 외의 자는 예보 및 특보를 할 수 없도록 정해져 있으며, 국방상의 목적을 위한 경우와 기사 예보업의 등록을 한 자만 예외로 하고 있는데 6개월마다 검열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붙었다.

하늘의 일을 미리 알려고 하는데 이런 법까지 안전망을 쳐서 국가가 독점해야 할까. 규제개혁이란 이런 부분부터 시작돼야 한다. 특히 일기예보에 가장 영향을 받는 공연 관련 기획사, 농업종사자 등 정확한 일기예보가 있어야 하는 분야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개방 후에 오보가 많은 업체들은 단계별 페널티(Penalty)를 부여하고 정확도가 떨어지면 폐업하도록 규정을 둔다면 우후죽순처럼 아무나 덤비질 못할 것이고 보다 경쟁력 있고 적중률이 높은 업체들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것이다.

이미 모든 분야가 선의의 경쟁을 위해 민간 시장이 빠른 속도로 개방되고 있다. 국민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폭을 누릴 수 있도록 지역별, 브랜드별 기상업체들의 경쟁이 늘어날 때 지금처럼 안일한 기관 운영이 개선될 수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을 수 있다. 걸핏하면 역대 최고의 폭염, 한파, 때로는 폭우와 기상이변을 요란하게 발표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강수량에 대해서도 20mm에서 80mm 또는 30mm에서 100mm 사이로 포괄적 범위를 발표하는데 아예 10mm에서 300mm 사이라고 발표한다면 더 정확한 예보가 아닐까.

한반도는 지리적 특성상 남동쪽 바다에서 매년 태풍도 발생하고 여름에는 장마가 연례행사 치르듯 유사한 형태로 수해 피해를 가져왔다. 미국처럼 허리케인이 덮치거나 호주처럼 산불이 시도 때도 없이 나는 것도 아니며 일본처럼 지진이 들썩이는 나라도 아니다.

다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표면의 온도를 상승시키면서 자연환경의 변화가 조금씩 달라질 뿐이다. 특히 지난 여름은 무척 더웠다. 114년 만에 폭염이라느니 사상 최악의 기온을 기록했다느니 최장기간의 열대야를 보도하는 요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산하 소속의 공공기관답게 예산의 효율성을 보여줘야 한다.

소중한 혈세로 운영하면 장기적인 신뢰 구축 측면에서 실수한 것은 인정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처럼 시간이 약이 되고 국민들은 날씨가 달라지면 잊어버릴 것으로 넘긴다면 비전이 없다.

이러니 구글 검색 날씨 정보에 대한 별점 평가가 올라가는 것이며 그런 만큼 기상청의 불신이 커지는 것이다. 오랜 역사 속에 전해 내려오는 24절기가 오히려 더 잘 맞는다. 제비가 낮게 날거나 어르신 허리 통증이 더해지면 장독대 뚜껑 덮으시라 한다.

영락없이 비가 온다. 먼바다 파고가 몇mm인지는 육지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으며 예보의 가치도 없다. 엉뚱한 산술적 발표가 과학적 발표로 여겨질 수는 더더욱 없다. 인디언의 기우제는 정확하다. 올 때까지 기도하기 때문이다. 다를 바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