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업체

[덕암칼럼] 공해 없는 산업은 관광
[덕암칼럼] 공해 없는 산업은 관광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캐리어에 짐을 싸고 인천국제공항으로 떠나면 바로 비행기를 탈 수 있지만 1989년 이전까지만 해도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만 해외여행이 가능했다.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에 반공교육 등을 이수한 후 허가를 받아야만 여권이 발급됐다.

이민, 유학, 출장 등 명분도 있어야 했고 지금처럼 관광이 목적이라면 여권 발급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되면서 관광목적으로 여권 발급이 다소 느슨해지다가 1989년 전면 자유화가 실시됐다.

폭발적인 수요 증가는 눈감고 지낸 전 국민들에게 새로운 시대를 선사했고 그런 암흑의 날들이 불과 35년 전의 일이었다. 출국하는 사람만 있었을까. 그만큼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았고 그런 이유로 3년 후인 1992년 영종도를 간척해 지금의 인천국제공항이 첫 삽을 뜨고 2001년 준공한 것이다.

이제는 전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만큼 멋진 공항을 가진 국민이 된 셈이고 비자 또한 어지간한 나라는 그냥 통과해도 될 만큼 국력이 신장됐다. 다시 말해 어느 날 갑자기 지금 같은 관광의 호황을 누린 게 아니라 그럴만한 과정이 있었음을 알고 가자는 뜻이다.

그러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팬데믹 현상으로 2020년과 2021년 해외여행은 전면 통제됐다. 이쯤하고 관광이 왜 공해 없는 산업으로 불릴까. 우선 해외여행의 관광수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국인들이 해외에서 지출한 금액과 외국인들이 국내에 입국해서 쓰는 돈의 차이를 뜻하는데 이는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기준이다. 2015년 215억 달러를 쓰고 146억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68.5%를 기록한 이래 2017년 북한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외국인들의 입국이 대폭 줄어 -147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코로나로 인해 입·출국이 아예 없어지자 3~40억 달러에 그쳤다가 작년과 올해 들어 일본 엔화 약세로 인해 다시 -130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여행은 일본, 베트남, 태국, 미국, 중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순인데 그중 일본은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물론 비용이나 거리 면에서 제주도와 버금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비자도 없이 갈 수 있는 해외여행이라는 점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다. 통계를 볼 때 2018년부터 인구 절반 이상 2,870만 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은 불과 1,000만 명에 그친다. 내 돈 내가 쓰는데 국가가 간섭할 일은 아니지만 내국인들이 국내 여행으로 수요를 전환시킬 가능성을 높이는 것 또한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기하는 것인데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보자.

외국의 관광시장을 비하 하자는 게 아니라 좁은 비행기 안에서 몇 시간을 쪼그리고 앉아 기내식으로 허기를 채우다 보면 그 불편함이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처음에는 외국이라는 신비감과 기대감도 있지만 외국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관광업체에서 보여주는 환상 말고도 불편한 구석은 있기 마련이다.

환상은 도착하면서 조금씩 깨진다. 단체관광도 그렇고 신혼여행이나 기타 가족 단위의 여행은 출발하는 공항에서 장시간 대기, 화물을 부치고 나면 환전도 해야 하고 전화로밍은 물론 도착지가 먼 곳이라면 시차 적응까지 해야 한다.

집 나서면 개고생이라 했던가. 일단 먹는 것부터 자는 것, 움직이면 모두 돈이다. 간혹 치안 부재로 소매치기나 강도를 만나면 더더욱 문제는 심각해진다. 모처럼 해방감에 긴장을 늦추다 보면 안전사고도 종종 발생하는데 의료기관이 한국처럼 잘 발달한 나라도 없다.

또 먹었으면 배설해야 하는데 미국, 중국, 브라질, 독일, 동남아시아 모두 돌아봐도 화장실 사용하는데 한 군데도 돈 안 받는 나라가 없는 반면 한국은 고속도로 그 많은 휴게소에 돈 받는 곳 하나도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천국제공항은 늘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이다. 현지의 유명 관광지를 배경으로 셀카라도 찍으면 여지없이 페이스북 대문 사진으로 장식해 자신의 위풍당당한 여행길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제는 해외의 유명 관광지를 안 가본 사람이 드물 정도이니 별로 자랑거리도 못되지만 그래도 지난 추석 명절 공항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해외여행이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국내라도 적당히 다녀보고 한국의 멋을 평가해야지 덮어놓고 해외 지향적 견해를 갖는 것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의 지리학은 대동여지도를 그린 조선 후기의 지도학자 호는 고산자 이름은 김정호 선생의 기록으로부터 시작됐다. 걸어 다니며 전 국토를 그렸던 당시의 정성과 기적 같은 행보는 지금도 역사에 남아있다.

남북한을 아울러 금수강산이라 했다. 춘하추동 사계절 다른 모습으로 전 국토를 다 돌아봐도 4번을 반복해야 제 모습을 다 볼 수 있다. 어떤 날은 이른 아침에 물안개가 피어있는 저수지도 있고 어떤 날은 석양이 아름다운 동해의 노을도 볼 수 있다.

온통 백설로 뒤덮인 눈꽃 축제가 있는가 하면 개화 철을 맞아 온통 벚꽃이 만발한 남해안의 드라이브 코스도 환상적이다. 지방마다 다른 먹거리, 지자체에서 개최하고 있는 다채로운 행사.

제철음식은 물론 문화유적지마다 깊은 의미가 담긴 안내문을 읽다 보면 수백 년 전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슬기도 엿볼 수 있다. 국내 여행의 방법도 다양해졌다. 통상 열차 여행이 안전하고 비용도 저렴하지만 승용차가 보편적이다.

쉽게 원하는 곳을 다닐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테마별로 문화, 역사, 축제, 스포츠는 물론 여객선을 이용한 섬 지역까지 다양한 분야를 찾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이동 수단이다.

최근에는 캠핑카까지 약 4만대가 출고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숙박 또한 호텔과 펜션을 온라인 예약으로 저가에 갈 수 있으며 글램핑과 카라반, 기타 캡슐형 숙박시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육지뿐만 아니라 바다, 하늘, 호수, 계곡 등 평생을 다녀도 못 가본 곳이 더 많은 게 대한민국이다. 언어, 글자, 풍습이 다른 나라의 모든 것이 신비로울 시대는 지났다.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며 우리 것도 모르면서 남의 것만 쳐다보는 것 또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제51회 관광의 날’을 맞아 작은 실천이 큰 애국임을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