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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언론은 입법·사법 행정부의 상급 분야
[덕암칼럼] 언론은 입법·사법 행정부의 상급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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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언론은 입법·사법 행정부의 상급 분야이다”

과연 이 말에 동의하는 국민과 공무원이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에서 언론의 사회적 현주소를 짚어보기 전에 과연 언론의 기능과 역할이 얼마나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언론 본연의 모습이 지금처럼 최악의 바닥을 친 적은 없었다.

SNS의 범람 때문일까. AI의 발전이 가져온 인간의 한계점일까. 아니면 흥미 위주의 뉴스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사회정화 분야의 기사들이 관심을 받지 못해 그런 것일까. 답은 언론과 국민 모두에게 양분된다. 

물론 출발은 언론이고 그다음이 국민의 정신적 수준과 달라진 시대적 환경인데 전자의 경우 마치 음식과도 같다. 무조건 단 것만 만든다고 소비자가 찾는 게 아니듯 얼마나 정성 들여 맛있는 것을 만드느냐에 따라 굳이 거액의 홍보비나 인테리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문전성시를 만들 수 있다. 

깊은 산골 옛날 밥상이 인기를 끌어 소문난 맛집으로 단골들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가 하면 화려한 도심 한 가운데 개업을 하고도 1년도 안돼 폐업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다음 국민의 정신적 수준과 환경을 감안할 때 언론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이 요리사라면 고객의 입맛에 맞추어야 매상이 올라가니 당연히 가치 중심보다는 흥미 위주의 기사를 써야 한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무관심의 영역에서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이 얼마나 독백의 극치를 달리는 것인지, 그리고 무모한 짓인지 알게 된다. 그러니 독자들의 관심을 끌거나 인터넷뉴스의 경우 조회 수를 높이거나 댓글이라도 많이 달리면 나름 보람을 느끼게 된다. 

일단 제목부터 낚시 미끼처럼 자극적인 문구를 달아야 하며 내용 또한 객관성, 사실 여부나 기사 내용에 포함된 당사자의 입장보다는 보도하는 입장에서 소설 쓰듯 올리는 일이 많아진다.

더 나가면 가짜뉴스까지 생산하거나 받아쓰기는 기본이다. 물론 관공서 보도자료 전달 매체들도 문제지만 고객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가는 매체 자신의 정체성은 회복이 불가능하다. 결국 돌고 도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 채 한 해 두 해 중앙은 중앙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방송, 신문, 인터넷, 잡지 등 정기간행물 등록을 마치고 나름 언론이라 자부할 수 있는 종사자들이 걷는 길이 이 정도일진대 정식 등록도 없이 블로그, 카페, 유튜버, 밴드, 페이스북이나 기타 SNS에서 활동하는 마이너들까지 언론 그 이상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확인도 안 된 내용들을 마구 쏟아낸다.

물론 법적 책임과 언론중재위원회의 회부 여부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로 인해 정작 사회정화와 홍보 기능을 갖춘 언론사들의 위상까지 깎아 먹는 경우를 말한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목소리만 요란한 SNS의 흥미 위주 활동들이 이제 보이지 않는 언론의 살을 파먹고 있다.

각자의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언론인이라 자부하는 종사자들의 전부를 도매금으로 넘기는 일은 자중 되어야 한다. 오늘도 누가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뉴스를 올리는 수많은 기자들의 사명감과 그들만의 철학이 존중되길 바란다.

지난 5월 3일은 유네스코의 추천을 바탕으로 지난 1993년 12월 UN 총회의 결정에 따라 국경 없는 기자회가 정한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이었다. 한국은 세계 62위로 작년 47위보다 15단계나 하락했다. 적어도 2024년 올해는 대통령에게 일문일답할 수 없는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역대 최고인 31위를 기록했으나 이명박 정부 때는 69위로 하락했고, 박근혜 정부 때는 역대 최저인 70위까지 떨어졌다. 올해 62위니 남은 8단계를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그리 어렵지 않은 하한선이다.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한국도 독재화가 진행 중인 42개 나라에 포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지수에서 0.6점으로 179개 나라 가운데 47위를 기록했다. 덴마크가 1위, 스웨덴과 에스토니아, 스위스, 노르웨이 순으로 이웃 나라 일본도 30위였으며 예상대로 북한은 178위로 최하위권에 랭크됐다. 

연구소는 한국에 대해 민주주의가 회복하는 사례로 소개했던 우익 보수 성향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뒤 전임 정권의 노력을 무력화했다고 평가했다. 언론의 대정부 비판이 위축된 나라 20개국 중 한 곳으로도 지목됐다.

언론비상시국회의는 윤대통령의 막무가내 언론탄압은 총선 민심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반민주적 폭거라고 규탄했고 정권 차원의 언론탄압 기법은 부하들은 악행을 저지르고 두목은 부인하는 역할 분담으로 조폭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범죄 수법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의 언론정책에 남은 3년도 그 틀을 바꾸지 않겠다는 도발이라며 윤 대통령의 뻔뻔한 거짓말과 후안무치한 둘러대기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50여 년 동안 백악관을 출입하며 10명의 미국 대통령을 취재했던 전설적 여기자 헬렌 토마스가 남긴 말인 "대통령에게 일문일답할 수 없는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지금의 용산 대통령실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의문이다.

지금은 감히 직언을 할 기자들도 드물겠지만 한 다 해도 먹히지 않을 쓴소리에 불과했다면 그 말조차 입을 다물지 않을까. 정조는 말했다. 말을 안 해도 될 때 하는 것은 죄가 작으나 해야 할 때 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그 죄가 크다고.

문제는 해본들 소용도 없고 직언을 수용할 귀가 없다면 윤석열 특정 개인의 경청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점에서 장차 이 나라의 미래가 상명하복의 일방통행으로 갈 확률이 높아질 것이며 군사독재에서 검찰독재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제 3년 남았다. 2027년 대선이 치러지고 그다음 어쩔 것인가. 임기가 도래하면 발생하는 레임덕 현상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국정 공백이 가져오는 난국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중앙정부도 그렇지만 지방, 지역에서 정론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혹독하고 힘든 일인지 28년을 겪어 본 장본인으로서 언론은 결코 권장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처음부터 알았다면 절대 뛰어들지 않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