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업체

[덕암칼럼] 초복 날 사라진 개고기
[덕암칼럼] 초복 날 사라진 개고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늘은 절기상 첫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초복이다. 과거에는 계곡으로 끌려간 누렁이가 개줄만 남긴 채 유명을 달리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풍경이 낯설지 않았고 그래서인가 무더운 여름이면 멍멍 짖는 개를 보고 된장을 발라야 한다며 농담을 던지던 말도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견종은 누렁이 또는 X개, 또는 멍구라고 불렀고 댕댕이 또는 황구라고 불렀다.

실제로 개고기로 사용되던 종자가 여기에 포함되는데 한국형 토종개로 지칭되는 진돗개, 풍산개, 삽살개는 보신용이라기보다 집을 지키는 경비견 역할에 더 비중이 컸다. 그렇다면 식용 개가 따로 있고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이 따로 있다는 것인데 맞는 이야기다.

죽어라 주인 눈치만 보며 하루 종일 꼬리를 흔드는 정성을 보여도 어떤 개는 복날의 보신탕이고 어떤 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호강에 뻗쳐 사람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다행히 정부가 선진국 음식문화를 내세우며 개고기를 금지했고 이제 한시적인 유통기한이 종료되어 전면 중단의 시점에 와있기는 하다. 여기서 개고기로 사용되던 견종은 모두 순수 한국산 토종개지만 상왕으로 떠받들며 호강을 누리는 개는 모두 외래종이다.

외국 개를 들여다 종자를 번식하고 그 개를 부모보다 더 지극한 정성으로 모시는 것이다. 개고기 타령은 여기까지만 하고 초복이란 요즘 젊은이들에게 어떤 날로 이해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날씨가 무더워 어떤 계기든 더위를 잊을만한 노력이나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실내에서 에어컨 리모컨만 누르면 시원한 여름을 왜 굳이 날을 정하고 풍습이 어떠니 보신을 위해 수박이라도 먹어야 하느니 요란을 떠느냐다.

지난날 우리 조상들은 초복에 더위를 이기기 위해 산간계곡을 찾아 청유를 즐겼고, 개장국·삼계탕 같은 자양분이 많은 음식으로 몸을 보신했다.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을 예방한다며 팥죽을 먹기도 했으며 전라도에서는 밀전병과 수박을 먹고 충청도에서는 복날 새벽 일찍 우물물을 길어다 먹으며 복을 빌었다.

복날에 목욕하면 몸이 여윈다고 하여 복날에는 아무리 더워도 목욕하지 않는 풍습도 있었다. 먼저 초복은 첫 번째 복날이다. 다음 뒤를 이어 중복·말복이 따라오는데 이를 삼복이라 한다. 초복에서 중복까지는 10일, 중복에서 말복까지는 20일, 초복에서 말복까지는 30일이 걸린다.

만약 초복에서 말복까지 20일 만에 삼복이 들면 매복이라고 한다. 더위가 뭔지도 모르는 에어컨 족이 있는가 하면 열대야를 이기지 못해 한강 하천변과 공원, 기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다리 밑에서 돗자리를 깔고 부채를 부치는 풍경 또한 아직은 낯설지 않다.

사람의 욕심이란 게 참으로 간사하다. 조금만 더워도 덥다고 난리 치고 추우면 춥다고 난리 친다. 자연의 섭리라는 게 더울 땐 더워야 한다. 그럴 땐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며 복날 선선하다고 해보자.

그해 겨울은 엄청난 저온현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며 기후변화에 대한 대가는 이미 치르고 있는 만큼 인간은 자연의 변화에 순리를 따르는 게 맞는 것이다. 지구의 표면은 위도와 경도라는 게 있다.

필자가 오래전 야간학교 사회과목 교사로 교단에 설 때 설명했던 위도·경도는 적도를 기준으로 하여 남쪽과 북쪽의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다. 반대로 경도는 그리니치 천문대를 본초자오선으로 하여 서쪽과 동쪽의 위치를 측정하는 것이다.

중심을 적도라 하는데 적도는 태양과 가장 가까운 선이며 그럴수록 뜨거운 열대지방이 여기에 속하는 것이다. 여기서 대한민국은 위도 38도선을 중심으로 남과 북이 서로 총구를 맞대고 있으니 위도 38도 선에 준하는 지구 표면은 한국과 같은 사계절이 있다는 점이다.

지구본을 돌려보면 안다. 같은 위도선에 있는 미국과 기타 제3국들도 한국과 같은 여름 더위 겨울추위를 맞이하며 살고 있다. 물론 사계절 없이 여름만 내내 있는 아프리카나 겨울만 있는 남극·북극 선에 살고 있는 알래스카나 기타 국가들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은 사계절을 모두 느낄 수 있는 하늘의 선물을 이미 받고 있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지금은 더운 초복이지만 얼마가지 않아 여름이 끝나고 가을, 겨울이 반복되니 적도나 남극·북극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낙엽이 무엇인지 봄꽃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계절에 걸맞은 풍습과 자연의 변화, 기타 다양한 삶의 향기를 놓치고 있다.

결론적으로 초복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은 고마움으로 가득해야 한다. 가을이면 감나무 꼭대기에 감 하나 두고 까치밥이라 불렀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미덕이 사계절 없이 어찌 가능하겠으며, 봄이면 매화, 여름이면 난초, 가을이면 국화, 겨울이면 대나무를 그리던 한민족의 문화예술은 어찌 생겨났겠는가.

초복의 풍습이 촌스럽고 잊어져야 할 것이라면 춘하추동의 묘미와 자연의 섭리라도 알려주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말에 귀 기울이며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새삼 공감하는 청소년이 되도록 알려주어야 한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배달음식 시켜 먹고 손에서 핸드폰이 떨어질 시간이 없다면 한 번쯤은 자연의 변화를 피부로 느껴보는 시간도 가져봐야 한다. 날씨도 중요하다. 하지만 24절기의 의미만 잘 지켜도 천문과 기상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밤하늘의 별자리만 잘 봐도 길을 잃지 않는다.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자연까지 변하지는 않는다. 문명은 그저 잠시 인간의 편리함만 더할 뿐 자연의 이치는 태어나고 적당히 살다가 죽어가는 인간들을 지켜만 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