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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맹장 터졌다고 전동 휠체어를
[덕암칼럼] 맹장 터졌다고 전동 휠체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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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문제에 대해 전혀 엉뚱한 답을 하거나 상식적으로 납득하지 않을 때 하는 말 중에는 자다 남의 다리 긁나 또는 장례식장에서 한참 울다가 누가 망자인지 물어보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처럼 문제해결과 무관한 답을 내놓는 일이 개인이라면 별일 없는 에피소드로 넘어가겠지만 행정기관에서 국민예산으로 법을 만들어 시행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러다 그 정책이 실패하거나 오류가 생겼을 경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을뿐더러 한번 시행되어 변해버린 인간의 습성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왜 이런 발상을 하는 것이며 누가 수혜자일까.

그리고 현실을 간파하지 못하고 책상머리에 앉아 망국을 향한 질주를 벌이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출산 대책에 왜 주 4일제가 등장하는 것일까. 이게 말이 되는 일이며 갖다 붙일 게 따로 있지.

안 그래도 게으를 대로 게을러진 국민을 아예 손 놓고 바보 되라는 것과 진배없다. 그동안 주 5일제라서 아이를 낳지 않았던가. 문제는 엉뚱한 데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주 4일제로 연결시켜 어찌하든 하루라도 더 놀고 보자는 심산이 아니라면 재계나 자영업자 등 모든 근로자들과 고용주 간의 이간질이 아니고 무엇일까.

현실적인 문제를 모르고 엉뚱한 답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입안자들을 보며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매국보다 더 이기적이고 문제의식이 없는 부류다. 이제 더 가면 주 3일제가 등장할 것이고 주 2일제에서 주 1일제 아니 월 10일제까지 되어야 아이가 많이 출생하고 빨간 글씨를 모두 놀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세상이 되겠는가.

본디 여자는 임신과 출산하는 과정에서 산고를 감내해야 한다. 신이 정한 룰이다. 남자는 평생 가족부양의 책임을 지고 허리가 휘도록 일을 해야 하며 각자의 영역은 지켜져야 종족번식의 자연스러운 해결책이 될텐데 남자가 여자에게 구애하는 자체를 나라가 이래저래 온갖 법으로 막아놓으니 근본부터 잘못된 출발이다.

최근 지자체가 저출산 해소를 위해 주 4일제를 도입하는 추세를 보인다. 충남도는 8월 1일부터 2세 이하 자녀를 기르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 4일 출근제에 돌입했다. 40시간 근무시간을 유지하면서 일주일 중 하루를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나 4일 몰아서 일하고 하루를 온전히 쉬는 집약 근무 중 선택할 수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 완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렇게 시작된 주 4일제는 너도나도 우리도 다 찾아 먹겠다고 아우성칠 것이고 형평성에 의해 이제 전국 지자체로 불 번지듯 번질 것이다.

공무원이 먼저 놀면 그다음 대기업과 공기업 그리고 점차 내려가 일반 자영업자까지 확산한다. 경북 청송군도 일부 산하기관을 중심으로 주 4.5일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에겐 매주 금요일 오후 4시간의 자기 계발 시간이 부여된다.

청송군 역시 주 4.5일 근무제를 통해 저출산 문제 극복을 기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4만700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69.4%는 육아휴직 제도 확대와 주 4일제 도입 등 근무 여건이 개선된다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답했다.

특히 20·30대의 70%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하겠다는 응답률이 70%대로 높게 나타났다. 통계라는 게 이래서 무섭다. 아닌 것도 맞는 것처럼 숫자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면 꼭 집어 아니라 말할 수도 없는 것이며 유사한 통계치 몇 가지를 더 섞어 발표하면 정답으로 둔갑한다.

필자는 근로자의 권익을 침해할 생각도 없고 주 4일이 되든 말든 무관한 업무를 하면서 살아간다. 따라서 주 4일제로 인한 장·단점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할 처지도 못 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근로자들의 땀과 눈물과 정성을 지켜보는 세대였기에 흐름에 역행하는 현재의 모든 정책들이 장차 이 나라를 망국으로 이끄는 전주곡이 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지금도 1차 산업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정책 입안자들이 청취했다면 이런 정책이 이렇게 쉽게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농어촌, 일선 제조업과 건설현장에서는 한국인 근로자를 아예볼 수 없다고 한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아니면 바로 모든 분야의 제조, 생산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다.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청년은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현장은 사람이 없다고 하고 사람은 일이 없다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공간에는 게을러진 청년들도 포함되어 있으며 여성들도 출산을 포기하다 보니 오늘날 이런 꼴이 된 것이지 주 4일제 안 한다고 달라질 일은 아니었다. 이번에도 엉뚱한 답을 내밀었다.

한번 앉은 사람이 다시 일어나려면 절대 못 일어선다. 다음에는 누우라 해야 할 순서다. 맹장이 터졌을 때는 맹장을 제거하고 복강 내부의 오염을 제거해야 한다. 이후 항생제도 투여하고 감염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지 최고급 전동 휠체어를 사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전혀 엉뚱한 대안을 제시하는 배경에는 어찌하든 명분을 만들어 하루라도 더 놀고 보자는 이기적인 발상이 근본이며 결국 나라가 망한 뒤에 후회한다.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길 게 아니라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꺼내 먹는 것이 맞는 일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일이 없어 엉뚱한 발상 하지 말고 근무시간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이라도 하며 조용히 노는 것도 애국이다. 일하고 돈 주는 노사관계는 직종의 기여도, 난이도, 인간관계에 따라 각자가 설정하는 것이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존중하는 것이며 건전한 경쟁으로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