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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여러 번의 점심식사
[단상] 여러 번의 점심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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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주 경민대학 경영학 박사

얼마 전 강남에서 모 유명잡지의 발행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는 속담이 나왔다. 그러자 그가 자신이 잘 아는, 지금은 크게 성공한 큰 무역회사의 회장 이야기를 해주었다.
10년도 훨씬 전, 그 발행인이 어느 회사에 몸담고 있을 때 이야기였다. 하루는 오후 2시가 되도록 점심을 못 먹고 일을 하고 있는데, 당시 거래처 영업사원이었던 그 회장과 만나게 되었다. 그는 그 회장에게 아직 점심을 못 먹었다고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 회장이 반색을 하면서, 마침 자신도 식사를 못했으니 같이 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식사를 했는데, 식사가 끝날 무렵에 그 회장 앞으로 전화가 한통 왔다고 한다. 그 회장은 또 다시 “마침 식사를 못했다”며 약속을 잡는다는 것이었다. 그때가 오후 4시쯤이었고, 알고 보니 그 회장은 이미 12시 무렵에 점심을 먹었고, 자신을 만나면서 또 한 번 점심을 먹고, 곧이어 또 한 번의 식사 약속을 잡았던 것이다.
그 발행인이 나중에 그 회장을 만나서 “왜 하루에 몇 번씩 식사 약속을 잡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고객이 발뒤꿈치를 핥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끼니 몇 번 더 먹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습니까? 식사를 여러 번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아는 후배 한 명이 가게를 열었다. 그는, 자신은 프로 장사꾼의 마음가짐으로 임한다고 필자에게 이야기했다. 그래서 냉철하게 손익 관점에서 매장을 관리했고, 그러다 보니 같이 일하는 가족이나 직원들이 손익에 둔감하게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들에게 이런 저런 요구도 하고 개선점도 이야기 했지만 좀처럼 따라주지 않자 불만을 터뜨렸고, 많은 갈등을 불러일으켰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한 적이 있다. 그리곤 다른 사람 탓을 하면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장사꾼으로서 소신과 의지는 있지만 아직 프로는 아닐 것이다. 프로 장사꾼은 주변 사람들의 방해 요소도 염두에 두고 운영해 나가는 사람들이다. 최대한 이익이 있는 쪽으로 만들어 갈 뿐이지, 결코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옳고 그름을 떠나 상대편에게 굽히고 들어가야 할 경우도 생기게 될 것이다.
가장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때로는 자신을 한없이 낮추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개처럼”의 비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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